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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_02] 영화에서 만난 4차 산업혁명의 미래
발행일 2016.11.13 조회수 450
출   처 스마트 디바이스 트렌드 매거진 22호

글_김형석 (스토리콘텐츠 전문 SCOOP 대표. 전 과학 전문기자. 《영화 속 IT 교과서》, 《행복한 과학읽기》 저자)  


‘이미 와 있거나, 오고 있거나’… 영화 속 기술이 속속 현실로




스크린에서, 혹인 브라운관에서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장면을 보며 “저게 가능해?” 혹은 “저런 날이 올까?”하고 놀라워하던 시절이 누구나 있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홀로그램으로 상대와 대화를 나누고, <레지던트 이블> 1편에서는 라쿤 시티 지하의 거대한 유전자 연구소 ‘하이브’를 조정하는 인공지능에 혀를 내둘렀다. 또 <터미네이터>는 어떤가. 이제 그러한 영화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그러한 영화 속 이야기 중 현실이 된 미래기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이혼을 앞두고 아내와 별거 중인 이 남자는 한 여자를 소개받는다. 그에겐 ‘말동무’가 필요했다. 시작은 그랬다. 함께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해변을 산책하고, 잠 못 드는 밤이면 늦은 시간까지 대화를 나눈다. 남자에게 짜증 내지 않고 투정부리는 법도 없다. 그녀의 이름은 ‘사만다’. 말동무로 족했던 그 남자, 어느덧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현실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 속 줄거리다. 사만다는 인공지능(AI)이다. 지능과 이름과 목소리만 있을 뿐 ‘몸’은 없다. 남자의 휴대폰을 통해 연결만 될 뿐이다. 지난 2014년 국내에서 개봉한 <그녀(Her)>는 이처럼 AI가 지배하는 근(近)미래를 서정적으로 보여준다.  

여기 또 다른 남자가 있다.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정신없이 거리를 걷는 중이다. 거리의 광고판이 남자의 이름까지 속삭이며 인사를 건넨다. 남자는 자동 운전에 상하 주행까지 가능한 자동차로 추격자를 겨우 따돌리고, 망막 스캔을 통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사무실로 들어간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불이 자동으로 들어오고 음성으로 컴퓨터를 켠다. 마우스나 키보드도 없고 모니터도 없다. 허공에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띄워 본인이 찾고자 하는 정보를 검색한다. 필요 없는 정보는 ‘손’으로 구겨 ‘휴지통’에 버린다. 미래의 가상세계를 광범위하면서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한 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영화를 통해 목격한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 모습을 우리는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녀>와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그것이 가져올 변화의 일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을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라고 정의한다면, 우리는 이미 영화를 통해 그것을 경험하고 있다. 



실제 영화 <그녀>를 비롯해 <트랜센던스>, <AI>, <엑스 마키나> 등에서는 빅데이터와 AI,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한 로봇이 변화시킬 미래의 모습을 극단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또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앳지 오브 투마로우>, <아이언 맨>, <토털 리콜> 등에서는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기기, <매트릭스>와 <아바타>에서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엘리시움>과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 등에서는 헬스 케어의 미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이들 영화에서 다룬 빅데이터, AI,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기기,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헬스 케어 등은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디바이스다. 이 소재를 통해 영화는 디스토피아 미래상에 대한 경고보다는 다양한 디지털 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과 공존(바이센테니얼맨),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인공지능(AI), 인공지능을 사랑하는 남자(그녀) 등의 영화는 인류와의 공존을 메시지로, 기계가 사람을 지배한다는 내용의 터미네이터와 매트릭스는 분열을 영화에 담아낸다. 


빅데이터와 AI, 그리고 IoT와 가상현실 

영화 속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자. <트랜센던스>에서는 모든 인류의 지성을 모두 합친 것 이상의 높은 지능과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슈퍼컴퓨터가 등장한다. 빅데이터의 위력은 급기야 인간을 둘러싼 모든 환경을 통제하고 조종할 정도가 된다. 급기야 사람까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 슈퍼컴퓨터는 지구의 지배자가 되려 한다. 영화 <AI>와 <엑스 마키나> 역시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실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AI, 혹은 AI 로봇이 주인공이다.  


2016년 3월 한국에서 이세돌 9단과 구글이 개발한 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열리기 전까지 이런 영화의 메시지는 과장된 공포나 위협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컴퓨터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여겼던 바둑에서 AI가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를 이기는 모습을 보며 현실과 영화의 거리가 더욱 좁혀졌음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인간이 1,000년 이상 매달려도 소화하기 어려운 학습량을 단 며칠 만에 익히는 AI를 실제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 것이다.  

IoT와 웨어러블 기기가 지배하는 세상 역시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천재 공학도이자 억만장자인 <아이언 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평소 바람둥이에 불과하지만 슈트를 입는 순간 전혀 다른 ‘남자’가 된다. AI 프로그램으로부터 각종 정보를 받고, 여기서 제공하는 각종 정보는 IT 기술과 각종 센서, 특수합금으로 제작된 ‘아이언맨 슈트’에 제공된다. 하늘을 자유자재로 나는 것은 물론 로봇과 같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아이언맨 슈트보다는 낮은 차원이지만, <앳지 오브 투모로우>에 등장하는 전투용 웨어러블 로봇도 원리는 비슷하다.  

손바닥 휴대폰부터 힐링 로봇까지  

이런 IoT와 웨어러블 기기가 생체이식 기술과 만나면 더욱 놀라운 세상이 펼쳐진다. 지난 2012년 리메이크된 <토탈 리콜>의 배경은 2085년. 영화에서 주인공은 손바닥에 내장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거리에 있는 투명 스크린에 손바닥을 대면 영상 통화까지 가능하다. 현재 쏟아지는 관련 기술을 보면 감독이 영화의 배경을 2085년으로 설정한 것은 지나치게 ‘소심한’ 결정으로 느껴진다. 언제가 될지 단언하긴 이르지만, 손바닥 휴대폰이나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영상통화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보다 훨씬 더 빨리 상용화될 것이다.  
  
이 밖에도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영화는 수없이 많다. 거꾸로 영화 속 기술이 점차 현실로 등장하는 사례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시종일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뒤죽박죽된 세계에서 펼쳐지는 <매트릭스>와 <아바타>의 영화 속 세상은 현실에서 하나씩 구현되고 있다. AR을 이용한 스마트폰용 게임 ‘포켓몬 고’의 열풍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엘리시움>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이 이루어졌을 때 미래 의료기기가 어떻게 작동되고, 어떻게 치료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심각한 상처를 입거나 질병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는 캡슐이 등장한다. 환자가 누우면 자동으로 환자의 정보를 인식하고 신체, 유전자, 세포 등 각종 정보를 분석해 진단을 내린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로봇이 직접 시술과 수술을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3D 프린터로 생체조직까지 완벽하게 재생한다.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에서는 힐링 로봇 ‘베이맥스’가 등장한다. 주인의 몸 상태는 물론 기분까지 정확하게 감지해 당장 ‘따뜻한 음식’을 먹고 숙면을 권한다(그리고 본인 스스로 온도를 높여 주인의 숙면을 돕는다).  


갈수록 좁혀지는 영화와 현실의 거리 

영화는 늘 현실보다 앞에서 걸어가지만, 그 거리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어느덧 실현되고,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술을 현실에서 목격하는 시간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영화 <그녀>에서 등장하는(목소리로만) AI는 전 세계 IT기업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이미 IBM의 ‘왓슨’은 스스로 문자를 해독하고, 글에 담긴 패턴과 감정까지 읽는 수준에 도달했다. 중국의 온라인 서비스 업체는 구글의 딥 러닝 개발에 참여했던 박사를 영입했고, 페이스북은 최근 사람의 얼굴을 100% 가까이 인식하는 AI 기술 ‘딥 페이스’를 개발했다. 현재 개발된 아이폰의 시리(Siri)나 안드로이드폰의 구글 어시스턴트와 같은 음성 비서는 AI 기술이 적용돼 더욱 진화하고 있다.  

영화 <엘리시움>에서 선보였던 최첨단 맞춤의료시스템 역시 현재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원격 로봇 수술은 이미 상용화돼 일부 병원에서 사용 중이다.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테라그노시스’ 기술은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에도 관련 연구단이 설치되어 있다. 미국의 한 암센터는 AI 컴퓨터 왓슨을 이용해 진단과 치료를 수행하고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미션 임파서블>, <아이언 맨> 등에서 상상했던 미래 기술도 하나둘씩 현실에서 만난다. 특히 망막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은 보안업체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업체에도 적용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한 고객의 얼굴을 인식해 현재 고객의 기분, 욕구, 선호도, 구매 패턴, 성향 등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또 IoT와 센서의 발전으로 집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조명이 들어오고, TV와 냉난방이 자동으로 켜지고, 샤워기의 물 온도와 침대 높낮이까지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홈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허공이나 3D 홀로그램에서 맨손을 움직여 정보를 찾는 일명 ‘제스처 인터페이스’, ‘공간 화이트보드’ 기술도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다.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 

현실 세계와 가상공간이 연결된 ‘초연결 시대’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다. 빅데이터, AI, IoT, 웨어러블, 로봇, VR과 AR, 헬스 케어, 스마트 홈(공장) 등 초고속으로 진화하는 디바이스는 머지않아 4차 산업혁명의 위력을 실감하게 할 것이다. 그 속도와 위력은 1~3차 산업혁명과는 비교할 수 없다.  

영화에서처럼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어떤 전문가는 AI와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고, 일자리를 뺏긴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나는 잿빛 미래를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우리가 영위하게 될 디바이스는 분명 개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며,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장밋빛 미래를 보장한다. 다만 지금 우리가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하느냐가 잿빛 미래와 장밋빛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영화와 현실의 간격이 더욱 짧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1902년 최초의 SF 영화로 불리는 <달세계 여행>에서는 대포로 사람을 달까지 (쏘아)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그 영화가 나온 후 인류가 달에 도착하기까지는 67년이 걸렸다. 1982년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홍채 인식으로 사이보그와 인간을 구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34년이 지난 현재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백 투 더 퓨처 2>에서 등장하는 자동으로 신발 끈이 묶이는 ‘미래 운동화’는 2015년 실제로 출시됐다. 영화가 나온 지 26년 만의 일이다.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처럼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세상 역시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다만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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